(충남도민일보) 소방령 이상 간부후보생 출신 소방공무원들의 화재진압·구조·구급 등 실제 현장근무경력이 평균 10개월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30명씩 선발되고 있는 소방간부후보생은 향후 소방서장 등 현장지휘관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현장 경험으로 인해 실재 재난 현장에서 지휘 능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다. 간부후보생들의 현장 배치 기간을 지금보다 3년 이상 연장하고, 이들이 현장지휘계급을 독식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높은 이유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간부급 소방공무원 현장근무경력 현황’을 분석한 결과, 소방령 이상 간부후보생 출신 367명의 평균 총 근무경력은 20년6개월(246개월)이다. 이들의 평균 현장근무경력은 3년7개월이지만, 이 중 2년9개월이 센터장 등 근무경력으로, 실제로 화재진압이나 구조, 구급 등 현장에서 근무한 경력은 평균 10개월밖에 안 된다.
간부후보생을 제외한 소방령 이상 간부 828명의 평균 총 근무기간은 29년6개월(354개월)로, 평균 현장근무경력은 12년10개월이다. 이 중 3년은 센터장 등 근무경력으로, 실제 현장근무경력은 평균 9년10개월이다.
보통 119안전센터(구조·구급대) 팀장(소방위)의 현장 경력이 최소 20년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현장지휘를 담당하는 소방서장(소방정)과 현장지휘단장(소방령)의 경력이 지휘대상자보다 최소 2배 이상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통상 간부후보생은 최초 소방위로 임용돼 필수 보직기간 1년간 현장 경험을 한 뒤에 주로 행정부서에서 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1년 남짓한 현장 경험을 한 뒤 지휘관 위치에 오르다보니, 실제 대형 화재, 화학물질 사고 등 다양한 재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신속한 판단을 하지 못해 현장 대응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2017년 12월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 현장 지휘관의 대응 부실로 피해가 커졌다는 소방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소방청은 올해부터 ‘현장지휘관 자격인증제’를 도입하고, 자격자 양성 시설인 ‘지휘역량강화센터’를 현재 중앙, 서울, 경기소방학교 3곳에서 전국 9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특정 입직 경로(소방간부후보)가 소방서장 등 현장 지휘 계급을 독식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그대로 놔두고선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5월 소방청이 전국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은 소방간부후보생 필수 보직기간을 비롯한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공무원 보건안전관리시스템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는 소방공무원 1만8천713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간부후보생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가 많았는데, 간부후보생 보직기간과 부서의 변경에는 응답자(18,713명)의 65.8%, 간부후보생 선발 제도의 개선에는 60.9%가 “매우 필요”하거나 “필요하다”고 답했다.
간부후보생 보직기간 개선 관련 TF팀 내에서는 현행 1년의 필수 보직기간을 최소 3~6년 이상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진압, 구조, 구급 부서에서 각각 1~2년씩은 근무하는 게 필요하다는 취지다.
소방간부후보생 제도 개선은 소방공무원 노조에서도 핵심으로 삼고 있는 과제 중 하나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단계적 소방간부후보생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노조 소방본부 관계자는 “특정 입직 경로가 소방서장 등 현장 지휘 계급을 독식하는 구조적 문제는 물론, 현장 경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간부후보생 제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한 지 의문”이라며 “(간부후보생) 채용 준비 중인 응시생을 고려해 일정 기간 유지 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 기간 동안 채용인력에 대한 현장경력 담보를 위해 간부후보생들의 필수 보직기간을 6년으로 연장하고, 채용계급을 최초 소방위(6급)로의 임용이 아닌, 소방장(7급)으로 임용해 7급 공채와 같은 출발선상에서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이은주 의원은 “소방령 이상 간부후보생들의 진압, 구조, 구급 현장근무경력이 1년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이런 짧은 현장 경험으로 어떻게 위급한 재난 상황에서 일사분란한 현장지휘를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소방간부후보생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은 만큼 소방청에서도 필수 보직기간 연장 등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 간부후보생 현장 역량을 강화하고, 입직 경로 간 갈등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