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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뉴스

【기자수첩】행사 취지 무색케 한 '백제대향로관' 개관 축하공연

백제 문화의 정수 백제 금동대향로 '오악사'의 의미 퇴색시켜 ..

(충남도민일보 =충남) 정연호기자/ 국립부여박물관이 백제 금동대향로 발굴 32주년을 맞아 야심 차게 개관한 ‘백제대향로관’ 개관식 행사에서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 축하 공연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행사 전체의 의미를 퇴색시킬 만큼 어울리지 않는 악기와 의상으로 참석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립부여박물관(관장 신영호)은 22일 오후, 백제문화의 정수이자 국보인 백제 금동대향로를 상설 전시하는 ‘백제대향로관’의 문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박상돈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관, 박수현 국회의원, 허민 국가유산청장, 박정현 부여군수 등 주요 인사들이 축하의 뜻을 전하며 성대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문제의 발단은 ‘국악 아티스트 박다울 외 3인’이 준비한 축하 공연이었다. 

 

백제 금동대향로에는 배소(排簫), 종적(縱笛), 백제금(百濟琴), 백제삼현(百濟三絃), 북(鼓)을 연주하는 다섯 명의 악사, 즉 오악사(五樂士)가 생동감 넘치게 조각되어 있다. 이들의 연주는 1500년 전 백제인의 예술혼과 문화를 상징하는 핵심 요소다. 

 

따라서 백제대향로관의 개관을 알리는 자리라면, 이 오악사의 악기를 활용하거나 백제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대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실제 무대는 기대와는 완전히 동떨어졌다. 무대에 오른 것은 거문고, 정악 가야금, 생황, 단소, 소리북과 아프리카 타악였다.

 

가야 우륵 선생이 연주했던 악기 정악 가야금 마저 다른 악기들의 강렬한 사운드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백제금동대향로의 본고장에서 열린 가장 중요한 행사에서 백제의 음악이나 악기와는 전혀 무관한 현대 록 밴드풍의 퓨전 국악 공연이 펼쳐진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백제대향로관 개관식이라는 행사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 공연이었다”며 강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그동안 무수한 노력 끝에 만들어낸 백제 오악사의 악기를 들고 백제의 음악적 색채를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었어야 했다”며 “마치 행사의 의미를 모르는 채 섭외된 듯한 공연이어서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 기획은 단순히 행사 내용을 채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백제문화의 정수라 불리는 백제금동대향로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그 안에 담긴 백제인의 정신과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소중한 자리였다. 

 

하지만 행사 기획 단계에서 공연의 내용이 행사의 목적과 부합하는지에 대한 세심한 고민과 검토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립부여박물관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진정한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행사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공연 기획에 있어서는 행사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백제의 혼이 담긴 백제금동대향로 앞에서 펼쳐지는 무대라면, 그에 걸맞은 품격과 의미를 담아내는 것이 관람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박물관의 책임일 것이다.

 

이번 행사를 담당한 국립부여박물관 학예사는 “이번 공연은 백제오악사의 악기구성(현악기 2, 관악기 2, 타악기 1)과 같은 종류의 악기로 구성한 5인의 악사들의 연주였다”고 말한다.

 

이에 본 기자는 “굳이 백제오악사의 연주가 아닌 5인조 퓨전 국악단으로 악기 구성만 짜맞추는 공연을 해야했던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백제오악사의 악기구성과 맞춘 축하공연이였다” 라는 같은 말뿐이었다.

 

백제금동대향로 뚜껑에는 23개의 산들이 4∼5겹으로 첩첩산중을 이루는 진풍경이 펼쳐지는데, 악기를 연주하는 5인의 악사와 무인상, 기마수렵상 등 16인의 인물상,봉황, 용을 비롯한 상상의 날짐승 등 39마리의 현실 세계 동물들이 표현돼 있다.

 

이 조각들 가운데 작고 아담하게 새겨진 5명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즉 오악사는 '배소(排簫), 종적(縱笛), 백제금(百濟琴), 백제삼현(百濟三絃), 북(鼓)'을 각각 맡고 있다.

 

오랜동안 백제 오악사가 들고 있는 악기와 그 소리를 복원하기 위한 연구 작업을 진행해 온 백제 오악사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지난 2일 오후 7시, 국립부여박물관 사비마루 공연장에서는 백제가야금연주단 창단 18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기획 공연 '장사익과 함께하는 낭만음악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장사익 선생을 필두로 백제 음악의 정수를 보여준 예술인들이 함께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고품격 무대를 선사했다.”는 극찬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 1,500년 만에 깨어난 백제의 소리 ‘백제 오악사’의 울림에 서울·경기를 비롯 세종, 광주, 부산 등 전국에서 부여를 찾은 관람객들의 아낌없는 박수는 이어졌다..

 

백제가야금연주단은 <삼국사기> 등 고문헌에 기록된 백제의 다섯 악기, '백제오악사(百濟五樂士)'를 무대 위로 완벽하게 소환했다. 

 

▷ 배소(排簫): 여러 개의 관을 엮어 만든 관악기 배소를 불며 맑고 청아한 소리를 선사했다. 

 

▷ 종적(縱笛): 피리 소리은 공연장 구석구석을 파고들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 백제금(百濟琴): 뜯는 백제금의 묵직한 울림은 백제 음악의 깊이를 보여주었다. 

 

▷ 백제삼현(百濟三絃): 백제삼현 연주는 섬세하고 화려한 선율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 북(鼓): 힘 있는 북소리는 다섯 악기의 조화를 이끌어내며 웅장한 서사를 완성했다. 

 

특히 금동대향로 속 백제 오악사의 머리모양, 의상, 악기까지 재현된 모습은 압권 이였다.

 

백제문화제재단은 '백제금동대향로발굴 3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를 열었었다.

 

이날 소현숙 원광대 교수는 '백제금동대향로의 동아시아 미술사적 의의'를 통해 '향로에 표현된 19명의 인물상'과 관련 발표문을 내놓았다.

 

소 교수는 "5악사의 '헤어스타일'을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얼핏보면 정수리까지 삭발을 하고 뒷머리를 길게 땋아서 오른쪽으로 틀어 올린 것 같은데요.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것.

 

머리카락을 표현하지 않았을 뿐,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오른쪽으로 틀어 올린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른쪽으로 머리카락을 틀어 올리는 헤어스타일이 중국 동진시대(317~419) 유물에서 보인다. 그렇다면 동진시대에 전해진 머리모양이 백제 악단의 공식 헤어스타일로 자리잡게 된 것.무엇보다 이 5악사가 '모두 여성'일 가능성이 짙다.

 

백제 오악사는 바로 이런 디테일까지 재현하는데 혼신을 다했다.

 

백제문화재현단지에서 진행된 백제 오악사연주의 연주를 들은 관광객의 한마디를 기자는 잊지 못한다.

 

신라의 도시 경주에서 초등학교 동창들과 부여을 찾았다는 관광객은 “백제 오악사의 아리랑 눈물난다 아이가”“처음 접하는 오악사의 악기 소리가 참 곱다”라고 감탄했다.(http://www.sjparami.co.kr/board/culture_list/view/no/9543 본보 5월 23일 자)

 

부여에는 전문가 고증과 함께한 충남국악단의 백제오악사와 이에 집중연구를 더한 백제가야금연주단의 백제오악사가 음반발매까지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파리 유네스코 본부의 초청까지 받은 세계가 인정한 백제가야금연주단의 '백제 오악사'이다. 이들모습을 국립부여박물관 ‘백제대향로관’ 개관식에서 볼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백제오악사의 아리랑을 들으며 남기는 기자의 질문이다.

[세종파라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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