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왜곡교과서에 강력 대응해야
한국의 주체성을 부정하고 침략을 정당화한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가 문부과학성의 검정심의를 통과해 합격판정을 받았다. 극우 세력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주도해 발간한 책은 역사 왜곡 정도가 다른 출판사에 비해 심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어렵사리 유지해 오던 안정적인 한일관계를 흔들어 놓을 악재가 또 돌출했다. 아울러 역사적 사실을 비틀어 쓴 교과서가 종전 후소샤판과 함께 2종으로 늘어나 내년 새 학기부터 잘못된 교과서가 더 많은 학교에서 채택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에 발간된 지유샤판 교과서는 한.일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고 조선을 ‘이씨조선’으로 표기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침략을 출병으로 기술하고 일본 식민지정책의 초점이 한국의 근대화에 있다는 억지를 펴고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 위치에 근거한 위협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침략과 지배를 합리화하는 내용도 등장한다. 검정과정에서 모두 560여 곳을 수정했다고 하나 황국사관이 깔린 후쇼샤판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이웃나라 국민감정을 티끌만치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본다. 식민지배와 침략을 반성했던 과거 태도와 전혀 딴판이다. ??
이런 점을 우려해 이명뱍 대통령이 아소다로 총리에게 문제점을 지적했고 외교부가 성명 발표와 함께 즉각 시정할 것을 촉구하고 다카하시 레이치로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항의했지만 그 수위가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점에서 여간 찜찜한 게 아니다.
과거사에 발목이 잡혀 미래를 포기할 수 없다는 정부의 기조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일본의 왜곡행위를 팔짱만 끼고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정서를 가볍게 여긴다면 큰 문제다. 일본내 시민단체 ‘파트너’와 협력해 교과서 채택 반대운동에 나서는 등 비정부기구 (NGO) 차원의 노력도 병행해야 하겠지만 정부도 가동할 수 있는 채널을 통해 후쇼샤, 지유샤판 교과서의 오류를 끈질기게 지적해야 또 다른 왜곡 교과서 출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