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에게 고리사채를 쓴 여대생이 빚을 갚기 위해 강제로 유흥주점에서 일하다 이를 안 아버지와 딸이 죽은 택했다. 사채업자들은 고객들에게 연 120~680%의 초고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33억원 상당의 이자를 챙겼다고 한다. 연체이자를 원금에 포함시켜 대출계약을 연장하는 일명‘꺾기’로 대출금을 눈덩이처럼 부풀린 뒤 채무자를 옥죄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기가 찰 노릇이고 무엇보다 한 가정을 순식간에 풍비박산이 나게 만들었다는데서 더욱 충격적이다. 숨진 여대생은 대부업체에서 300만원을 빌리면서 선이자 35만원을 떼고 매일 4만원씩, 360만원을 갚기로 했다. 그러나 꺾기 덫에 걸려 갚을 돈은 1년 만에 무려 1500만원으로 불어났다. 협박에 못견딘 그녀는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접대부로 일했지만 ‘화대’ 등으로 번 돈 1800만원을 빼앗기고도 빚은 줄어들지 않았다. 사채업자는 부모에게 우편물을 발송해 빚을 갚으라고 협박했다. 어렵게 대학에 보낸 딸이 사채의 함정에 빠져 술집 접대부가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아버지는 딸을 목 졸라 살해하고 자신도 평택의 한 저수지에서 목을 맸다. 흡혈귀나 다름없는 사채업자는 그녀의 친구 두 명에게도 살인적인 고리로 화대 등을 갈취했다고 하니 그 악랄함에 치가 떨린다. 기업과 서민, 특히 저신용자들을 옥죄는 사채의 위험성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실물경제가 위축되면서 저신용자도 지난 1월 말 현재 813만8000명으로 1년 새 51만명이 늘어났다. 특히 대출을 위해 신용조회를 하는 과정에서 대거 저신용자가 발생하는 제도적 맹점도 보완되어야 한다. 이렇게 양산된 저신용자들이 제2금융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등록 대부업체가 내미는 유혹에 빠질 개연성이 그만큼 커진다. 밤늦은 시간 빚독촉을 금지하고 대부업체의 이자상한선을 법률로 정해 놓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채무자를 납치 또는 감금하고 협박하고 있다. 악덕 사채업이 활개를 치는 것은 공권력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사채에 손을 댄 서민들이 악덕업자들의 협박에 삶이 깡그리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서민금융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금융권도 저신용자를 위한 소액대출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는 이상 대출조건을 완화해 서민들이 사채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